‘지역구 민원’ 에 묻힌 ‘행정부 견제’

여야의 장외 공방전 끝에 정상화된 2월 국회가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되면서 ‘민생국회’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24일부터 2일까지 계속된 국회 대정부질문은 의원들의 낮은 출석률과 쏟아지는 지역 민원성 질문들로 인해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 대정부질문은 국회의원의 절반도 자리를 지키지 않는 가운데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의원들은 개회때 잠깐 자리를 지키다가 각종 행사 참석에 바쁜 모습이었다.

2월28일 오후에는 한나라당 한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의원이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보다 많은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대정부질문 시간을 이용해 지역 민원을 언급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28일 지역구인 경기 하남시 지역 주민이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하남 보금자리주택 건설 문제를 말하며 “토지보상가가 낮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유치를 추진 중인 온라인전기자동차 시범지구 문제를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2일에는 한나라당 의원들끼리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지도부가 지나친 갈등을 표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세연(부산 금정구) 의원은 “인천공항으로 영종도가 선택된 이유는 소음이 적고 장애물이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며 사실상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다.

조해진(경남 밀양·창녕) 의원은 “동남권 1300만 인구 가운데 1000만명 이상이 밀양 신공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28일에는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신공항 문제를 언급했다.

대정부질문이 이렇게 유명무실하게 진행되면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조차 “대정부질문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박희태 국회의장도 대정부질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장관들이 답변하는 것이 상임위와의 중복 문제 등이 있으므로 대정부질문을 국무총리에게만 할 수 있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